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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일상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꿔놓은 2023 원유시장의 판도

by 일모소 2023. 2. 27.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꿔놓은 2023 원유시장의 판도. 특히 전세계 석유 시장과 그 다이나믹스를 영원히 바꿔 놓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까지만 해도 크림반도 점령과 같이 매우 쉽게 생각을 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러시아 전쟁은 현재도 진행형이며, 이렇게 길어지고 그 여파가 클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유럽과 미국 등 서방세계는 러시아에 즉각 제재를 가했고, 거의 1년 동안 진통 끝에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상한제(Price Cap) 역시 관철시켰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산유국(일일 생산량 약 1,100만배럴)이며, 러시아와 유럽이 석유/가스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러시아는 석유 수출량의 약 절반을 유럽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반대로 유럽은 소비하는 석유의 약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있었다.

 

원유-생산량-순위가-나와있는-그래프-사진
2021년 기준 세계 원유 생산량 순위

 

 

이는 러시아의 무력행사 기저에 깔려있는 자신감이기도 했다. 서구유럽이 러시아를 규탄하고 제재를 부과한다고 하지만 너무 강력한 제재를 시행하게 되면 유럽의 자승자박이 된다.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공급 중단은 곧 유럽의 에너지 안보위기로 비화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제재를 가했지만 매우 제한적이었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유럽과 미국이 별 수가 없다고 자신했다.

 

물론 오판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동단결하여 결사항쟁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거의 무한정의 무기와 전쟁 정보를 제공하였고 전쟁은 러시아의 계산과 달리 무려 1년이나 지난 지금도 끝날 줄을 모른다.

 

전쟁 직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으며, 러시아의 막대한 부를 안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 수출 제재는 결국 유럽의 자해행위나 다름없다는 우려대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유럽과 서방세계는 작년 12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전면적인 가격상한제를 시행하였으며, 올 2월 디젤 등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해서도 가격상한제를 실시하였다. 유럽과 서방이 생각보다 세게 나왔고 러시아는 당황했다.

 

러시아의 판단과 달리 서방은 왜 이렇게 강하게 나올 수 있었는지 그 배경에 대하여, 엉겁결에 러시아가 바꾸어 놓은, 그리고 이로 인해 앞으로 영원히 바꿔버릴 지도 모르는 세계 석유시장 지형에 대해 살펴보자.
 

 

1. 서방의 제재 

러시아 침공 직후부터 서방세계는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였다. 암묵적으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였고, 오랜 산통 끝에 2022년 12월 5일부터 서방세계(G7, EU, 호주 등) 27개국은 러시아 원유에 가격상한제(Price Cap)을 도입했다.

 

가격상한제는 배럴당 60달러로 러시아산 원유가격을 제한하고, 상한액을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한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사실상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하고,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국가에 석유와 석유제품을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대응했다. 또 최근 하루에 50만배럴(전체 생산량의 약 5%)를 감산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무시하는 아시아의 큰손 중국과 인도로 판매처를 돌렸다. 2022년초 러시아의 주요 해상 원유 수출국은 중국, 네덜란드, 한국, 이탈리아, 터키 순이었다.

2022년말 러시아의 해상 원유 수출국은 인도, 중국 양국이 대부분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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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국 인도는 꽃놀이패 

중국과 인도는 미국이 뭐라고 하든 귓등으로도 안 듣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 중이다. 이 두 나라는 제재를 사뿐히 무시하고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받고 있다. 러시아가 울며 겨자먹기로 시장 가격의 절반 수준에 이 두 나라에 원유를 팔고 있다. 우크라이나 종전, 러시아와 서방의 화해 등 앞으로 서방세계와 러시아간의 무역 정상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산이 많다. 따라서 중국과 인도가 염가에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는 현상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고육지책으로 찾은 대안은 중국과 인도였다. 서방이 배럴당 60달러로 가격상한을 걸어놨는데, 중국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그 가격 이상 혹은 그 가격 수준으로 사줄리가 만무했다. 구매자들은 서방세계의 제재를 위반하며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기 때문에 큰 폭의 할인을 요구했다. 시장에는 중국과 인도가 대표적인 러시아 원유인 우랄(Ural)을 서방이 러시아에 부과한 배럴당 60달러보다도 낮은 가격에 산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브랜트는 대략 배럴당 80달러선을 형성하고 있는데, 우랄은 40~50달러 수준에 인도에 팔고 있다고 한다.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에게 에너지를 의존했던 유럽을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다. 이제 다수의 국가들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에너지 안보차원에서 다양한 국가에서 에너지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 수입을 중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지만, 정부의 원유다변화 운임지원 등을 다양한 정책을 통해 최근 중동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2016년 약 85%를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했지만 이제는 약 60%까지 중동 의존도가 떨어졌다.

 

 

 

4. 석유 무역망 재편성 

수십년간 수많은 거래를 통해 형성된 국제 원유 무역망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최대 원유인 우랄 원유도 가까운 유럽을 놔두고 굳이 중국과 인도에 수출해야하므로, 해상물류의 비효율도 그만큼 증가할 것이다. 비효율은 곧 비용의 상승과 외부충격에 취약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공급측면만을 고려한다면 현재 수준에서 유가가 추가로 크게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금년 2월부터 서방은 러시아산 원유뿐 아니라 러시아산 석유제품(디젤 등)에 대해서 가격상한제를 발효했다. 유럽은 러시아산을 대체할 경유 수입지를 물색해야 하는데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동이 최우선 순위다. 마침 2023년 중동의 많은 정제 처리 시설(약 일일 처리량 1백만 배럴)들이 완공을 앞두고 있다. 중동과 유럽의 석유제품 수출입을 통한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물동량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으로 향할 것이므로 수에즈 운하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5. 에너지 전환 가속화

코로나19를 거치며 전통적 화석에너지인 석유, 가스에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리고 그 트렌드를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속화하고 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중동의 정세불안에 유가는 발작적으로 반응했다. 세계 3위 산유국이 전쟁을 일으키고 서방세계는 전례 없는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부과했다. 10년전에 이런 전례없는 이벤트가 발생했다면 유가는 200달러까지 도달하여 좀처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어떤가? 2022년 전쟁 직후 유가는 130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향 안정화되었다.

 

유럽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전기차를 도입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작년 신규 등록 차종의 약 80%가 완전 전기차였다. 하이브리드 등은 제외한 수치다. 올해에는 90%가 넘을 것이라는 추정까지 있다. 선진국 경제는 빠르게 석유에서 탈피하여 전기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은 또 어떤가? 미국은 자동차의 본고장이다. 보통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가솔린)을 얻는 비율은 10~15%정도다. 하지만 미국은 원유에서 휘발유를 40%까지 뽑는 나라다. 미국의 공정은 휘발유 최대 생산에 맞추어 설계 되어있다. 그런데 미국이 휘발유 수요를 줄이고 있다.

 

금년 2월 JP모건은 미국의 휘발유 수요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9월(일일 985만 배럴)이 역사적 휘발유 고점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미 2022년 미국인들은 2019년만큼 차를 많이 탔지만 휘발유 수요는 소폭(일일 54만배럴) 감소했다는 것이다. 미국이 전기차 수요유도 정책을 쓴지 10년만에 전기차로 인한 휘발유 수요 감소가 통계에 잡힐 정도로 유의미 해지기 시작했다. 또 미국의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판매비율은 2020년 5%에서 2030년 30%수준으로 급격하게 늘 것으로 JP 모건은 예측하였다. 세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국은 2022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통해 세금 인센티브를 도입하며 차세대 원자력기술, 배터리 화학등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도 가속하고 있다.
 
 

6. 발등에 불떨어진 사우디 아라비아

미국에 이은 2위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의 행보 최근 행보 역시 이런 에너지 전환에 따른 초조함이 엿보인다. 사우디는 원유에 국가경제를 올인 한 것이나 진배없다. 석기시대가 돌이 부족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사우디에게 원유가 돌이 될 수도 있다. 사우디는 2019년 자국 주식거래시장에 사우디 아람코를 상장했다.

 

전체 지분의 1.5%를 상장하여 약 256억 달러(한화 약 30조원)을 조달한 바 있었다. 당시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주식공개(IPO)였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이 자원으로 사우디 국내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19년 사우디 아람코의 상장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비율이 겨우 10.5%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미 2019년에 시장은 사우디와 석유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선진국들은 석유와의 이별을 더욱 빨리 준비하고 있다. 사우디는 석유의 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자본화하여 다른 먹거리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사우디는 UAE의 두바이 같은 모델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천문학적인 돈을 써서 만든 인공 도시 말이다. 사우디 왕사제가 내놓은 답은 네옴시티다. 약 1조 달러를 들여 서울의 43배 크기에 달하는 지역에 신도시를 지을 계획이다. 2030년까지 170km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수직 도시다.

네옴시티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다. 좁고 긴 도시의 비효율성과 너무 많은 에너지 소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물론 사우디 아라비아는 성공적으로 네옴시티를 완공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네옴시티에서 선명히 읽을 수 있는 것은 사우디의 초조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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